농심몰

<사진 1. 베트남으로 가는길 문호리 쌀국수>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옛 이름 ‘무너미’라고 불리는 이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2~3년 사이 카페와 베이커리, 레스토랑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서종면은 서울에서 가까운 휴가지 같은 풍경, 팔당이나 두물머리 등 관광지와 멀지 않은 거리,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거주하는 매력적인 곳 등 다양한 이유로 북적이는 마을이 됐다. 더불어 중미산, 유명산과 북한강, 남한강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베이커리 등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이 더욱 많아졌다. <문호리 쌀국수> 역시 서종면 문호리에서 왕갈비 쌀국수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다.

뽀얀 설렁탕 국물에 큼직한 왕갈빗대 얹은 

베트남 쌀국수

<사진 2. 큼지막한 갈빗대가 들어있는 왕갈비 쌀국수>

‘사골과 양지를 6시간동안 끓여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고기가 두툼하게 붙은 커다란 왕갈빗대가 특징인 음식’이라면 설렁탕과 갈비탕이 먼저 생각난다. 그런데 이름이 쌀국수라고 하면 살짝 혼란스럽다. 경기도 양평의 서종면 문호리의 쌀국수집 <문호리 쌀국수>의 메뉴가 그렇다. 흰색의 커다란 볼에 담겨 나온 왕갈비 쌀국수는 뽀얀 국물이 흡사 설렁탕같고, 커다란 왕갈빗대는 천상 갈비탕의 비주얼이지만 젓가락으로 뽀얀 국물 아래를 헤집으면 넉넉한 양의 쌀국수에 숙주가 들어있어 비로소 쌀국수인가 싶다. 여기에 양파를 넣고 고수를 푸짐하게 올린 후 레몬을 뿌리면 그제야 베트남 쌀국수의 향이 올라온다. 한국식으로 먹을 수도, 베트남식으로 먹을 수도 있다.

<사진 3. 문호리 쌀국수의 메뉴. 왕갈비 쌀국수, 양지 쌀국수, 바삭바삭 짜조>

문호리 쌀국수의 메뉴는 왕갈비 쌀국수(11,900원)와 양지 쌀국수(10,900원), 바삭바삭 짜조(6,900원) 3가지가 전부다. 해선장과 스리라차 소스는 테이블에 놓여있고 얇게 썬 양파와 청고추, 유자청 단무지가 곁들임으로 나온다. 겉으로 보기엔 보통의 베트남 음식점 풍경과 다르지 않지만, 한껏 다양해진 베트남 메뉴들을 욕심껏 취급하지 않고 대표메뉴에 집중하는 점이 오히려 메뉴에 대한 자신감으로 느껴진다. 베트남식 맑은 육수가 아니라 설렁탕 같이 (실제로 설렁탕과 다르지 않다) 뽀얀 사골국물을 사용하는 점도 여느 베트남 쌀국수와 다르다. 얇게 저며 부드러운 양지를 과하다 싶을 만큼 푸짐하게 올려줘 ‘가성비’를 고려하는 고객들로 항상 붐빈다. 무엇보다 향신채를 넣지 않으면 진한 사골육수와 넉넉한 고기의 양 덕분인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보양식 대신 이곳 쌀국수를 즐겨찾는다. 

<사진 4. 고수와 레몬, 매콤한 고추를 넣으면 베트남쌀국수의 향이 올라온다.>

국내에서 베트남 쌀국수가 에스닉 푸드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도입 초기에는 호치민식, 나중에는 하노이식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시장을 확장해 왔다. 업체와 소비자 모두 다양하고 풍부한 음식문화 경험 덕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음식의 국적에 모두를 걸지 않고 하나의 메뉴로써 재료와 조리법의 다양화를 통해 업체, 혹은 셰프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트렌드다.

베트남 쌀국수도 마찬가지다. 초기엔 한국식과 베트남식이 뒤섞였고, 후에는 정통 베트남식으로 중심이 바뀌었다가 최근에는 메뉴의 아이덴티티에 재료와 조리법을 트렌디하게 결합해 ‘컨템포러리’와 ‘퓨전’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지 음식과 문화, 재료, 조리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셰프의 열정과 전문성이 더해진 결과다. 또한 베트남 음식과의 인연이 깊고, 풍족한 재료와 경쟁적으로 개발한 레시피를 활용해 국민적 메뉴화한 미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든 이러한 현상은 국내 외식산업이 새로운 성장의 길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후라고 할 수 있다.

문호리 쌀국수 역시 베트남 쌀국수를 ‘문호리 쌀국수’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었다. 뼈와 고기를 오랜 시간 끓여 만든 육수는 한국과 베트남에서 모두 최고의 국물 베이스다. 베트남은 고기육수에 쌀국수를, 우리나라는 설렁탕에 소면을 넣어 먹는다. 고기의 잡냄새 없이 뽀얀 국물과 한 손으로 잡기에 벅찰 만큼 큼지막한 왕갈비는 우리나라 음식문화이고 쌀국수와 숙주, 향신채, 양파, 스리라차 소스는 베트남 음식의 영역이다. 무엇이 섞였는가를 설명하기위해 구별하자면 그렇다. 그러나 반드시 구별해야 하는가 라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설렁탕 국물에 쌀국수, 왕갈비가 들어간 문호리 쌀국수의 왕갈비 쌀국수는 그냥 ‘문호리 쌀국수’이기 때문이다. 

<사진 5. 왕갈비 쌀국수와 양지 쌀국수>

이태원에서 왔다는 문호리 쌀국수 멤버들이 메뉴판에 써 넣은, ‘6시간 고아낸 사골육수는.. 당신 피부처럼 뽀얗다’, ‘왕갈비 1개가 통째 들어가.. 당신처럼 묵직하다, ‘양지보다 부드러운 당신의 마음은 따라갈 수 없겠지?!’ 라는 글처럼 문호리 쌀국수가 만드는 베트남 쌀국수로 규정하면 될 듯하다.

문호리 쌀국수의 내부는 주방을 기준으로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구조와 분위기가 살짝 다르니 취향대로 가서 앉으면 된다. 복잡하지 않게 오픈 된 주방은 청결해 안심이 되고, 곳곳에 메모처럼 적어 놓은 안내문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 출처 : 누들푸들 외식산업 종합경영정보지 [월간식당] 및 [식품외식경제신문] 육주희 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