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큰아이는 아기 때 순해서 참 키우기가 편했다. 불편한 것을 잘 참았고, 잘 보채지도 않았다. 그중에서도 신체 리듬이 아주 규칙적이어서 일상적으로 해주어야 하는 먹이기, 재우기, 배변하기 등의 관리가 쉬웠다. 아침에 거의 비슷한 시간에 응가를 해서 그 시간에 아기용 변기에 앉혔더니 바로 응가를 해서 쉽게 기저귀를 일찍 뗄 수 있었다. 

규칙적인 생활은 편리할 뿐 아니라 아이의 건강, 키 크기, 학습 등 아이의 전반적인 과정에 깊이 관여한다. 불규칙한 생활은 호르몬 리듬을 흩트려 피로감을 주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키가 크지 않고, 스트레스가 높아져 학습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규칙적인 생활의 중요함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해도 규칙적인 생활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 성장을 위해 인체 리듬, 수면, 호르몬에 관한 자료를 탐구하고, 신체 리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나조차도 밤늦게 무언가를 많이 하는 한국 문화 속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생활 리듬을 깰 요인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신체 리듬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문제를 알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르니까....

주기를 가지고 움직이는 신체

우리는 때 되면 자고, 깨고, 먹고 하는 것 같지만, 일상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인체는 많은 호르몬과 조절 물질을 분비하며 관리를 하고 있다. 신체는 하루를 주기로 활성도가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하는 주기를 가진다. 인체의 기본적인 리듬은 태양 빛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빛이 사라지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올라가면서 잠이 오고 환해지면 멜라토닌이 낮아지면서 깨는 수면 리듬이 만들어진다. 신체는 자고 깨는 것뿐 아니라 체온, 혈압, 신체 부분별 혈류량, 호르몬 등 많은 요소가 리듬을 가지고 있다. 체온은 새벽에 가장 낮고,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아침에 올라가고, 성장호르몬은 잠들고 나서 올라간다. 신체 리듬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신체 활성의 높고 낮음이 명확한 리듬 곡선을 가질 때 건강이 유지될 수 있으며, 젊음 유지에도 유리하다고 하였다. 그러니 건강을 원하고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면 신체 리듬 유지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름다움과 젊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신체 리듬 유지는 무엇보다 영향력 있는 미용의 방법인 셈이다. 

<그림 1. 신체 리듬과 주기>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아이의 키

아이들에게 신체 리듬은 건강뿐 아니라 키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른보다 더 중요하다. 한참 커야 할 시기에 신체 리듬을 관리 못 해서 작아진 키는 되돌릴 수도 없으니 후회만 커진다. 요즘 부모에게나 아이들에게나 키는 너무나 큰 관심사이다. 우리나라는 외모에 대해서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키 작은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일찍 자야 키가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이를 지키지 않는 부모나 아이가 많다. 유전이나 영양이 중요하지 규칙적인 리듬이 얼마나 중요하겠어? 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 것 같다. 어릴 때 그렇게 신체 리듬이 규칙적이었던 큰아이가 밤늦게 자서 ‘키 크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늦게 자는데 잘만 크는 친구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늦게 자고 잘 컸던 그 아이가 일찍 잤으면 얼마나 더 컸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수면과 성장의 관계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높아지는 시간에 깨어 있으면 성장호르몬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성장기에 키 크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성장호르몬이다. 매일 늦게 자서 생기는 성장호르몬 손실의 결과가 얼마나 될지 각자 한번 상상해보자.

<그림 2. 수면과 성장 호르몬 분비>

자는 시간이 늦어지다 보면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야식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11시쯤 되면 배가 고프게 돼 있다. 밤늦게 배달음식이 오는 한국은 야식의 천국이다. 밤이 되어 수면 모드로 전환되려는 소화기관에 음식을 넣어주면 신체 시계가 혼란에 빠진다. 키 측면으로만 보면 위에 음식이 차 있고, 혈당이 올라가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감소한다. 

밤에 늦게 자고 야식을 먹는 것은 이중삼중으로 키 크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성장판에서의 성장은 성장호르몬의 명령이 있어야 일어난다. 키 크는 데 쓰이는 영양소가 있어도 명령이 없으면 영양소는 쓰일 일이 없다. 1,000명의 부모로부터 식사 시 나타나는 아이의 행동과 성장과의 연관성을 조사하여 분석한 결과 식사가 불규칙한 것으로 분류된 아이의 키와 체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호르몬이 최대한 분비되도록 ‘유아와 어린이는 10시, 청소년은 11시에 자고, 야식은 먹지 않기’를 실천해보자.

<그림 3. DBT(식행동 검사)에 따른 성장(출처: 경산시 어린이 급식관리지원센터)>

불규칙적인 생활리듬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

<표 1. 규칙성 기질 특성>

아이 중에는 언제 배가 고픈지, 언제 졸린 지, 언제 응가를 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배고픔, 수면, 배설 등의 생물학적 주기의 예측가능 정도’를 말해주는 규칙성도 아이의 타고난 행동 양식인 기질의 한 요인이라서, 규칙적인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불규칙적인 아이도 있다. 깜깜한 배 속에서 있던 아기는 세상에 나와 빛에 의해 밤과 낮으로 구분되는 세상에 살면서 차츰 생활리듬을 만들어간다. 그런데 신생아기를 지나서도 아이의 수면과 식사시간이 일정해지지 않으면 아이가 불규칙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불규칙적인 아이는 어느 날은 잘 먹고 어느 날은 안 먹기 때문에 어디에 기준을 두고 먹여야 할지 모르겠고, 예측을 하지 못하다보니 불안하고 걱정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 부모는 많이 먹어도 적게 먹던 때의 기억으로 늘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여 먹는 것에 많은 집착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내 아이가 불규칙적이라고 판단되면 먹는 양에 집착하지 말고, 먼저 예측 가능한 리듬을 잡아주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기질적으로 불규칙적인 아이의 리듬을 잡아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규칙을 잡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수면이다. 밤잠과 낮잠이 규칙적이어야 식사시간도 일정하게 되고 식사시간이 일정해지면 배고픔의 신호가 일정해지면서 식사 때 충분한 양을 먹게 된다. 시간을 맞추어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를 준비하고, 초기에는 먹는 양이 일정하지 않더라도 정해진 식사시간이 지나면 음식을 치워야 한다. 어느 날 잘 먹는다고 해서 많이 먹으면 아이는 속이 불편해지고 다음에 먹는 양이 많이 줄어들 수 있으니, 먹는 양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자. 부모가 불안해하지 않고 여유를 가져야 아이도 편안하게 식사 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하자.

일찍 자고 아침 식사를 하는 기본 생활을 실천해보자

요즘 아이 키우는 부모를 보면 놀라울 정도로 잘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무엇이 잘못인지도 몰라 헤매는 부모도 참 많다. 아이를 키워보니 많은 정보가 아이 키우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보를 찾기보다는 기본 생활을 꾸준히 지키는 것에 노력하는 것, 그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아침 챙겨 먹고, 골고루 먹고, 건강하게 뛰어놀고 등등. 기본이 잘되어 있는 아이는 다음 단계 난이도가 높은 일도 잘하게 된다. 혹시라도 늦게 자고, 규칙적으로 먹는 것에 소홀했다면 우선 ①일찍 자고, ②아침을 먹는 것 2가지부터 실천을 해보자.

🔊 출처 :  누들푸들 (주)뉴트리아이 대표 한영신 교수